
모든 방주선이 센타우리 성계에 동시에 도착한 건 아니란다, 아이야. 모두가 똑같이 정착에 성공한 것도 아니지. 가장 먼저 도착한 이들…… 지금 우리가 'Celestial'이라 부르는 존재로 진화한 이들이 처음부터 너그럽게 나오진 않았어. 수 세기, 혹은 수천 년 뒤에 도착한 인간들을 그냥 받아줄 때도 있었지. 하지만 노예로 삼거나 착취할 때도 많았어. 아예 존재 자체를 무시할 때도 있었고. 드물게 도와주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
하지만 뿌리만 같지, Celestial은 이미 인간을 넘어서서 인간이 아닌 존재로 진화해 버렸어. 저들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야. 친구도 아니지. 최선의 방법은 최대한 피하는 것뿐이란다. Celestial이 버리거나 무시한 행성에 정착해야 해. 인간 개척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번성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런데 가끔 한 번씩…… 미개척 행성을 발견했을 때, 문득 궁금해지지 않니? 왜 여긴 아직도 비어 있을까?
"뭐가 잘못됐는진 알겠어." Ollie가 말했다.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데."
Steven이 이상하다는 듯한 시선을 던졌다. "뭐라고?"
"그러니까 말이지…… 일부 세포핵 안에 뭐가 뒤섞여 있어. 불규칙적이면서도…… 패턴이 보여."
"나는 모르겠고. 그냥 감자로밖에 안 보이는데?" Steven이 말했다. "그러니까 이건 농업과학 쪽 문제지. 유전자 기술과는 상관없어."
"그래도 감자의 유전자인걸."
"이 행성에서 농업과학 종사자가 얼마나 편하게 사는지 알아?" Steven은 본격적으로 말문이 트인 듯했다. "물론 산소는 아직 없지. 바깥에 감자를 심으려면 저 극한 미생물들이 좀 일한다 해도 앞으로 다섯 세대는 더 걸릴 거야. 그래도 중력은 지구의 80퍼센트에, 기온은 네브래스카 맑은 날씨만큼 따뜻하지. 평야는 지평선 끝까지 펼쳐져 있지. 먼지로 덮였지만 탄화수소는 넘쳐나. 감자를 먹을 해충만 없지 이미 흙이야. 그냥 돔으로 덮고 공기만 주입하면 돼. 힘든 일은 외계의 어머니 대자연이 다 해놨다고. 근데 그거 알아? 감자도 똑바로 못 분해해! 그럼 갑자기 이게 우리 책임이 돼버리는 거야."
"그냥…… 내부에서 전부 찢어지는 것 같아." Ollie가 뒤엉킨 염기쌍들이 담긴 현미경 영상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론상으로는 이 혼돈 속에서 감자를 키워낼 유전 정보가 들어 있지만, 아무도 그 퍼즐을 맞출 수는 없어 보였다. "기형학 연구동 소식 들었어? 요즘 '토마스' 기르는 사람이 많다더만."
"감자라고!" Steven이 외쳤다. "환장하겠네. 감자야말로 우주 식량의 정수 아니냐? 무인도에 떨어진 얼간이도 감자는 키워. 그 영화 봤지, Ollie? 우주인이 감자 키우는 영화. 뭐였더라……?"
""스페이스타토?"
"그래, 그거! 스페이스타토. 이 행성이 얼마나 천혜의 환경인데, 멍청한 농업과학 애들은 뭐 하나 제대로 못 해요……."
Ollie는 듣고 있지 않았다. 영상 하나하나가 뇌 속으로 파고들었다. 손상된 감자 세포들의 분포에는 단순한 패턴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메시지였다. Ollie도 잠들기 직전에 들은 적 있었다. 아련하게 속삭이던 그 목소리…… 끔찍하고, 믿을 수 없는 말을 속삭이던……
"Steven." Ollie가 이를 타고 퍼지는 진동을 느끼며 말했다. "들었어?"
" Steven은 여전히 감자 농부들의 무능을 열변하고 있었다."
Ollie가 소리를 냈다. 말을 하고자 했으나,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울리는 으르렁거림 같은 음성만이 튀어나왔다.
"뭐라고?" Steven이 열변을 멈추고 물었다. "Ollie, 지금 네가 토해낸 거…… 미친, 폐 반쪽은 나온 것 같은데?"
Ollie는 피로 젖은 턱과 치아 사이에 끼인 실핏줄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나…… 들려……." Ollie가 피 섞인 목소리로 내뱉었다. 자신은 분명히 들었다. Steven도 듣게 해야 했다. 하지만 그 소리는 Steven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고, 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다른 통로를 만들어야 했다. Ollie는 몸을 날렸다. 동료의 목이 손아귀 안에서 비틀리는 걸 느끼며, 입을 쩍 벌려 Steven의 살점을 물어뜯었다.
녹화된 영상은 방 안의 모든 사람을 침묵시킬 만큼 충격적이었다. 한 남자가 동료를 공격하고, 아무런 전조 없이 광기에 빠져 식인귀처럼 날뛰는 모습. 겉보기에는 아무런 전조 증상이 없었다. 두 사람 모두 부검이 진행됐다. 누군가가 개입할 틈도 없이 Ollie가 Steven의 목을 찢어 죽였으니까. 시신에는 진범의 지문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Dalina Vael 수석 의무관은 방주와 민간 지도층 회의 화면에 본인의 소견을 천천히 띄웠다.
"전신의 세포 구조가 붕괴했더군요." 의무관이 설명했다. "과거 초기 단계에서 유사한 징후를 본 적 있습니다. Ollie 씨는 몇 가지 증상을 호소하며 진료를 요청했지만, 그때까진 주요 장기에 손상이 없었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습니다. 우리가 연락하기 전에 뇌가 먼저 침식당한 거죠."
"뭐가 말입니까?" 누군가 소리쳤다. "미생물 수준으로 범위를 넓혀도 바깥에 살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게다가 검역 수칙도 철저하게 지켰고요. 전부 선별하고, 방사 처리하고, 스캔하고, 여과했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어떻게 치료합니까?" 또 다른 이의 외침이 겹쳐 들렸다.
Veal 박사는 그저 손에 든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며 입술만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박사?" 방주의 함장이 재촉했다. "우리 신체와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생물학적 병원체라면, 뭘 놓친 겁니까? 어떻게 걸러낼 수 있죠?"
"생물학적 병원체가 아닙니다." Veal은 단호하게 말했다. "너무 늦게 알아차렸어요. 처음부터 그걸 찾으려 했던 게 문제였죠. 작물에 저위험 증상이 나타나고, 사람들이 병들기 시작했고…… 이제 이 사태까지 온 거예요. 결정적인 전환점은 Ollie의 말이었어요. Steven의 횡설수설 뒤로 아주 희미하게 들립니다. Ollie가 들었냐고 묻잖아요. 그래서 귀도 검사했습니다. 감염은 없었어요. 손상도 거의 없었고요. 그런데…… 지질학 팀원 중 한 명이 청각적 환각을 호소한 일이 있었습니다. 귀에 웅웅거리는 소리, 진동성 이명 같은 게 자꾸 들린다고 했죠. 우린 별일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팀원은 믿지 않았어요. 지진 감지 장비의 일부를 개조했더군요. 그리고…… 그 사람이 옳았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었어요. 해당 인원은 현재 급성 간부전으로 격리 병동에 있습니다. 검사 결과는 있지만요."
"실리케이트인가요? 아니면 지질학적 미세 구조 같은 거라든지?" 누군가 박사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그렇게 작은 게 필터를 뚫을 리는 없잖습니까?"
"그런 게 아니에요." 박사가 차분하게 말했다. "이건…… 행성이에요. 작은 게 아니라…… 아주 거대한 무언가죠."
"행성?" 함장이 비웃듯 되뇌었다. "행성이 사람을 아프게 만든다고?"
바로 그 말에, Ollie의 광란을 본 이후 처음으로 회의장 안의 대화가 뚝 끊겼다.
"하나만 묻겠습니다." 박사가 말했다. "여러분 중에…… 혹시 귀 끝에서 걸려들어 오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나요? 밤이 되고, 주변이 고요해졌을 때. 혼자 있을 때. 그제야 깨닫게 되는, 처음부터 들려오던 아주 희미한 소리 말이에요. 휘파람 같기도, 공명음 같기도 한 소리. 전 들었어요." 그리고 박사는 움찔하는 얼굴과 전혀 반응하지 않는 얼굴을 보았다. 그렇지만 입을 여는 이는 없었다. "아프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입을 다물고 계신 거라면 말씀드리죠. 그 소리를 들었다는 건 오히려 특정 주파수에 귀가 더 민감하다는 뜻이에요. 이건 모두에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행성에서 기르는 모든 생명체에게. 그리고 여기에 사는 모든 인간에게."
"공격입니까?" 누군가 물었다.
"공격이면 차라리 낫죠." 박사가 말했다. 공격이라면 최소한 이해 가능한 범주, 인간의 기준에 놓인 일이니까. "이건 행성이에요." 박사는 무력하게 말했다. "심부 지각의 판 구조가 끊임없는 공명 진동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지구에서는 한 번도 관찰된 적 없는, 완전히 이질적인 진동이죠. 그 진동이 세포를 핵부터 차근차근 분해하는 거예요. Ollie가 관찰한 패턴은 그 진동의 파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어요. 우리 안에 있습니다. 우리 모두 그 진동이란 이름의 병에 걸린 거예요."
"어떻게 막지?" 함장이 물었다.
"못 막아요." 박사가 말했다. "이건 세균도 아니고, 독소도 아니고, 방사선도 아닙니다. '진동'이에요. 행성 전체를 관통하는 진동. 다시 말해, 다른 수많은 조건이 우리 편이어도……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이곳은 죽음의 세계예요. 여기에 머문다면, 이 행성은 우리 모두의 목숨을 앗아갈 노래를 멈추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