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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이번 주말쯤에는…… 리프트가 설치될 거야."" Edith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말했다. 딸이 사다리에서 내려오도록 돕기 위해 몸을 움직였지만, 헛수고였다. Lina가 손길을 뿌리친 데다, 본인의 숨도 가빠서 도우려는 시도는 붕 뜨고 말았다. 결국 Edith는 벽에 등을 기대고 흡입기를 꺼내 들었다. 흡입기로 숨을 삼킨 뒤 고개를 들었을 때, Lina는 이미 난간에 올라가 있었다. 발끝을 모서리에 걸치고, 선체를 내려다보면서 말이다. 마치 고래의 거대한 사체 속에 갇힌 조그마한 바다 원숭이처럼 상부 구조의 늑골은 여전히 일부분이 드러나 있었다. 아크등의 푸른빛 아래 수많은 기술자와 각성체, 로봇들이 '노던 불릿'의 골격을 하나하나 이어 붙이고 있었다. 방주. 하나의 방주. 지구와 궤도, 해상 조선소, 달과 화성에서 건조 중인 67척의 우주선 가운데 하나였다. 인류가 자재와 인력, 귀중한 전문가를 어떻게든 긁어모아 만들고 있었다.

    노던 불릿. Edith의 아이. 하다못해 자신을 미워하지는 않는 아이였다. Edith는 Lina의 눈길을 마주했다. 소녀는 발뒤꿈치를 들며 난간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다. ""조심해."" -- ""알아. 안전 난간은 언제 설치한대?""  

    ""이번 주말에."" Edith는 자동적으로 답했다. 현장직들이 으레 주고받는 농담이었다. 모든 작업은 '주말'에 끝난다. 다만, 어느 주인지는 묻지 않는 게 원칙. Edith는 그걸 Lina에게 설명해 주고 싶었다. 작업자들이 마감일과 근무 시간, 산재 위험까지 조롱거리로 삼는 이유를. 웃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세상이니까.  

    ""이쪽이야."" Edith가 앞장섰다. 산업 현장의 소음이 귓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Edith의 발은 Lina가 따라오는 진동을 느끼고 있었다. Edith는 아이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손은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걷고 있으리라 연상했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자식을 억지로 끌고 와서는 거대한 우주선의 껍데기를 구경시키고 있는 엄마라니. 아니. 껍데기는 아니지. Edith는 스스로 되뇌었다. 부패를 되감는 시간. 분해된 조각들이 다시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 인류의 미래를 위한 생명이자 희망.  

    앞쪽에선 정밀 시공팀이 서스펜션 랙을 설치하고 있었지만, 지금 당장 처리할 일은 아니었다. 앞에 보이는 곡선형 벽의 작은 공간에는 비상 사물함이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지금은 Edith가 맡은 작업이 드러나 있는 골조일 뿐이었다. Edith는 Lina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 ""봐봐."" Edith가 말했다.  

    Lina는 눈을 굴렸다. 아이는 Edith가 원한 자리에 마지못해 섰고, 그 불쾌함은 몸짓만으로도 충분히 전해졌다.  

    ""꼭 보여주고 싶었어. 덮기 전에 말이야."" Edith가 말했다. 나도 이 시간에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전혀 모르고 있구나. ""엔트로피 드라이브야, Lina. 누구도 달성할 수 없다고 생각한 속도로 우리를 우주로 데려다줄 장치란다. 우주 전체를 통틀어 봐도, 빛을 제외하면 이것보다 빠른 건 없어. 봐."" 불쑥 솟구친 격정을 꾹꾹 눌러 삼켰다. Lina는 무덤덤하게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덕트와 챔버, 고리와 반응로가 거대한 퍼즐처럼 맞물려 있었다. 서로 다른 전문 분야가 하나로 이어진 결실이었다. 얼어붙은 우주의 공허를 건너기 위해서. 과거의 과학자들이 꿈꾸기조차 어려웠던, 경제성과 생존 가능성을 모두 갖춘 가속 기술. 덕분에 천 년은 걸릴 우주 항해가 이제는 단 백 년이면 충분해졌다. 단 몇 세대 만에 별에 도달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내가 만든 거야."" Edith가 말했다. 전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지만 Lina는 어떤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저걸 내가 만들었고, 그래서 우리가 구원받는 거야.""  

    Lina는 Edith를 바라보았다. ""와. 만드느라 얼마나 걸렸어?""  

    ""저게 내 공헌이야."" Edith는 단호히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백의 지성인이 모였고, Edith는 이들의 어깨 위에 섰다. 길을 열어준 동료들이 있었다. 관리자, 프로그래머, 회계사,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Edith의 자부심이자 성취를 봉인하고 있는 작업자들까지. ""이제 대다수 승객이 머무를 동면 구역을 보여줄……""  

    ""그냥 자면서 여행 끝낼 곳 말이지. 엄마가 다큐 드라마 다 보게 했잖아."" Lina가 씁쓸하게 말했다. ""사람들은 자고, 어떤 사람들은 승무원으로 살아가다가 개랑 같이 죽고, 또 어떤 아이들은 여기서 태어나 늙어 죽겠지. 이게 다 별 동태 같은 놈들을 위해서…….""  

""Lina, 내 말 좀 들어. 투어를 끝내는 대로……""

    ""투어?"" Lina는 벽감의 손잡이를 움켜쥔 채 엔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Edith를 쳐다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 여긴 건설 현장이야. 뭔지 알아? 다큐에서 본 거랑 똑같아. 신나 죽겠어. 엄마 덕분에 사람들이 알파 센타우리로 간다잖아. 참 잘됐지. 지난 15년 동안 가족을 외면한 보람이 있으면 좋겠네.""  

    익숙한 분개가 내면에서 치밀었지만, Edith는 꾹 눌렀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Edith가 이 순간을 만들어내고자 딸아이를 급히 불러들일 때까지, 둘이 같은 공간에 있는 건 거의 일 년 만이었다. ""Lina, 알잖니……"" Edith가 운을 띄웠다.  

    ""계속해 봐."" 소녀가 쏘아붙였다. ""죄책감 느끼게 해봐. 내가 인류 전체의 미래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냐고? 아니, 난 그런 거 몰라, 엄마. 아무것도 아니야, 난. 나는 상상 속의 슈퍼 엔진을 발명하지도 못하고, 우주선을 만들지도 못해. 그냥 이 행성에 남아 있겠지. 지구의 천재들이 전부 새로운 고향을 찾으러 떠날 동안 말이야. 왜냐고? 솔직히 말해서……"" Lina는 목소리를 높여 복도 양 끝에 울려 퍼지게 했다. ""이게 인류 전체를 위한 거는 아니잖아? 선택된 사람들을 위한 거잖아. 나머지 우린 엿이나 먹으라는 거고."" Lina는 멍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발관들이 찾는 영리함의 기준에선 멀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었다.  

    Edith는 Lina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딸의 손목을 집어 올리듯 붙잡고 길게 이어진 동면 구역 쪽으로 끌었다. 첫 번째 포드는 이미 설치되어 있었다. 세 명의 여성과 한 마리 라쿤이 로봇들이 다음 장치를 장착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분명히 조금 전 Lina와의 언쟁을 들었을 테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건 말이지."" Edith는 가장 가까운 포드의 유리를 툭 두드리며 말했다  

    ""나도 알아, 엄마. 으휴.""  

    ""이건 내 포드야.""  

    Lina는 눈을 깜빡였다. ""뭐라고?""  

    ""지금 전 세계에서 누가 외우주 식민지에 가장 큰 이바지를 할 수 있을지 평가하는 적성 검사가 진행 중이야. 엔지니어, 과학자, 물류 전문가, 생존 전문가, 영감을 줄 수 있는 예술가. 엄청난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부하 직원, 친척들. 그 외 등등. 처음부터 조작된 판이었어. 세상에 불만 많은 청소년이 아니어도 그건 알 수 있겠지. 그런데 말이지. 네가 저 아래에서 본 사람들. 죽어라 일하던 사람들이 그걸 감수한 이유는…… 같이 갈 수 있기 때문이야. 우린 모두 필수 인력으로서 자리를 배정받았어. 우리가 이 배를 만들었고, 이 배에 타는 거야. 그게 우리가 받는 대가야. 이제 알겠니?""  

    Lina의 시선이 어머니에게서 포드로 옮겨 갔다. ""그래서…… 날 부른 이유가…… 작별 인사를 하려고? 우리 사이가 뭐…… 그냥 메시지 하나 보내도 됐잖아. 그게 우리한테 더 어울리지 않아?"" Lina는 울지도 않았고, 애원하지도 않았으며, 마지막에 화해하려고 들지도 않았다. 강인하구나. Edith는 깨달았다. 어쩌면 내가 딸아이에게 준 유일한 것일지도.  

    아니, 하나 더 있지.  

    ""난 늙었단다."" ""몸도 정상이 아니지. 의무 기록 다 봤잖아. 이 낡은 몸을 끌고 센타우리 성단까지 가서, 해동하고 몇 년도 못 가 죽어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니? 그래도 내 자리는 여전히 보장돼 있어. 그래서 지금 네가 여기 있는 거고. 이건 네 거야. 될 수 있으면 내가 보내준 기술 사양서 좀 읽어주면 좋겠구나. 그래야 훈련을 받기도 수월할 테니까.""  

    Lina는 Edith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넌 우주로 갈 수 있어."" Edith가 말했다. ""원한다면 말이지. 네 말이 맞아. 나는 이 프로젝트에 모든 걸 바쳤고, 다른 사람들에겐 하나도 준 게 없어. 대신 이건 줄 수 있어. 내가 네게 안겨준 이 엉망진창인 현재가 아니라, 내일을 줄 수 있어. 이 지구의 어떤 왕국보다 가치가 있지.""

지구를 떠나

우리가 탄생하기 전에 지구가 있었습니다. 뿌리를 잊지 마세요. 떠나온 이유를 잊지 마세요.>

떠나기챕터

이 정도면 됐지

발소리가 들리는 순간, Torrance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전부 수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비살상 진압 장비를 갖춘 보안 인력들.

유산

불가능한 마감 기한 속에서 일하는 천재 엔지니어 에디스는 시간이 다 되기 전에 사춘기 딸과 다시 연결되기 위해 애쓴다.

예비 부품

켄달은 버려진 신부호의 수석 기술자로서 우주선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예비 부품을 구하는 데 창의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구동률 99퍼센트

포츈 선의 억만장자 후원자 유르겐 배런다운은 방주선의 임박한 출항을 앞두고 부유한 친구들을 위한 파티를 연다… 하지만 모두가 축하하는 건 아니다.